일식
쟁반에 먹물을 담아 비쳐본 어린 날
불개는 그만 하나밖에 없는 내 날을 먹었다
날과 땅이 한줄 우에 돈다는 그 순간(瞬間)만이라도
차라리 헛말이기를 밤마다 정녕 빌어도 보았다
마침내 가슴은 동굴(洞窟)보다 어두워 설레인고녀
다만 한 봉오리 피려는 장미(薔薇) 벌레가 좀치렸다
그래서 더 예쁘고 진정 덧없지 아니하냐
또 어데 다른 하늘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이 시는 어린 시절부터 짓눌린 운명과 시대적 암흑 속에서, 꺾이면서도 끝내 피어나려는 존재의 의지와 희망을 노래합니다. 태어남부터 어둠에 잠식된 자아는 장미처럼 연약하면서도 아름다운 저항을 품고, 다른 하늘을 향해 새 생명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