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맘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가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을까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해설

「황혼」은 고독한 인간 존재를 따스히 감싸주는 황혼에 대한 감각적이고도 간절한 기원의 시입니다. 시인은 황혼의 품에 안겨 세계 곳곳의 외로운 이들과 정서적 연대를 나누고자 하며, 사라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애틋한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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