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사
동방(洞房)을 찾아드는 신부(新婦)의 발자취같이 조심스리 걸어오는 고이한 소리! 해조(海潮)의 소리는 네모진 내 들창을 열다. 이 밤에 나를 부르는 이 없으련만? 남생이 등같이 외로운 이 서-ㅁ 밤을 싸고 오는 소리! 고이한 침략자(侵略者)여! 내 보고(寶庫)를, 문을 흔드는 건 그 누군고? 영주(領主)인 나의 한 마디 허락도 없이, <코-가사스> 평원(平原)을 달리는 말굽 소리보다 한층 요란한 소리! 고이한 약탈자(略奪者)여! 내 정열(情熱)밖에 너들에 뺏길 게 무엇이료. 가난한 귀향살이 손님은 파리하다. 올 때는 왜 그리 호기롭게 몰려 와서 너들의 숨결이 밀수자(密輸者)같이 헐데느냐 오- 그것은 나에게 호소(呼訴)하는 말 못할 울분(鬱憤)인가? 내 고성(古城)엔 밤이 무겁게 깊어가는데. 쇠줄에 끌려 걷는 수인(囚人)들의 무거운 발소리! 옛날의 기억(記憶)을 아롱지게 수(繡)놓는 고이한 소리! 해방(解放)을 약속(約束)하든 그날 밤의 음모(陰謀)를 먼동이 트기 전 또다시 속삭여 보렴인가? 검은 벨을 쓰고 오는 젊은 여승(女僧)들의 부르짖음 고이한 소리! 발밑을 지나며 흑흑 느끼는건 어느 사원(寺院)을 탈주(脫走)해 온 어여쁜 청춘(靑春)의 반역(反逆)인고? 시들었던 내 항분(亢奮)도 해조(海潮)처럼 부풀어 오르는 이 밤에 이 밤에 날 부를 이 없거늘! 고이한 소리! 광야(廣野)를 울리는 불 맞은 사자(獅子)의 신음(呻吟)인가? 오 소리는 장엄(莊嚴)한 네 생애(生涯)의 마지막 포호(咆哮)! 내 고도(孤島)의 매태 낀 성곽(城郭)을 깨뜨려 다오! 산실(産室)을 새어나는 분만(分娩)의 큰 괴로움! 한밤에 찾아올 귀여운 손님을 맞이하자 소리! 고이한 소리! 지축(地軸)이 메지게 달려와 고요한 섬 밤을 지새게 하는고녀. 거인(巨人)의 탄생(誕生)을 축복(祝福)하는 노래의 합주(合奏)! 하늘에 사무치는 거룩한 기쁨의 소리! 해조(海潮)는 가을을 불러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잠드는 넋을 부르다. 오- 해조(海潮)! 해조(海潮)의 소리!

해설

이 시는 일제에 눌려 있던 존재의 분노와 억압을 바다의 해조(海潮)에 비유해 터뜨리며, 거인의 탄생이라는 초인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시입니다. 니체의 철학을 바탕으로, 낙타의 인내를 지나 사자의 포효를 거쳐 자기 창조의 ‘거인’이 되려는 정신적 진화의 의지를 노래합니다.

키워드
#해조
#소리
#의지
#희망
#역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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