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
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芭蕉)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축여주렴 그 옛적 『사라센』의 마지막 날엔 기약(期約)없이 흩어진 두 낱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女人)들의 잡아 못 논 소매끝엔 고운 손금조차 아직 꿈을 짜는데 먼 성좌(星座)와 새로운 꽃들을 볼 때마다 잊었던 계절(季節)을 몇 번 눈 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千年) 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어지세

해설

이 시는 그리움과 이별, 그리고 회귀할 수 없는 운명을 은빛 달빛과 파초의 이미지에 실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꿈처럼 이어지는 사랑과 시간의 안타까움을 서정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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